스마트 라식 (Schwind Smartsurface) 수술의 국내 도입

최근 ‘스마트 라식’이라는 수술이 몇몇 안과에서 등장했다. 안과들에서는 스마일보다 발전한 수술이라고 주장하는데, 스마트 라식에 대해 소개하지 전에 먼저 이 시스템을 개발한 회사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

우선 전체적인 라식의 종류와 원리에 대한 앞서 쓴 글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SCHWIND (슈빈트) 사는 2007년에 AMARIS 시리즈의 각막 교정용 엑시머 레이저를 내 놓으며 국내의 라섹, 라식 등 시력 교정 업계를 주도하기 시작한 업체이다. 라식이나 시력교정에 관심이 있다면 아마리스 레드, 아마리스 1050, 아마리스 750… 등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장비와 그들을 이용한 라식/라섹 수술 방식을 한 번쯤은 들어 보았을 것이다. 아마리스 시리즈가 바로 SCHWIND 사의 제품으로, SCHWIND 사에서는 검사부터 수술에 이르는 모든 장비를 만들고 있다.

SCHWIND AMARIS 1050 RS 엑시머 레이저 장비.

한편 슈빈트 사에서 비록 다양한 장비를 만들기는 하지만, 라식, 라섹에 사용되는 다양한 장비들 중에서 아직 빈 라인업도 있었다. 바로 펨토세컨드 레이저였다. 시력교정술에 사용되는 레이저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엑시머 레이저, 하나는 펨토세컨드 레이저이다. 엑시머 레이저는 ArF(Argon Fluoride)와 같은 엑시머 물질로부터 발생하는 파장 200nm 정도의 강한 자외선(ArF는 193nm) 레이저로, 에너지 수준이 매우 높아 레이저가 닿은 유기물을 분해시키고 기체로 날려보낸다. 때문에 시력교정술에서 각막을 원하는 만큼 깎아낼 때 엑시머 레이저를 사용한다. 마치 망치와 정을 사용해 물체를 깎는 것과 같다.
반면 펨토세컨드 레이저는 상대적으로 에너지가 낮은 적외선(1000nm) 정도의 레이저로, 매우 좁은 영역에 펨토세컨드 단위의 매우 짧은 시간 동안에만 조사된다. 펨토세컨드 레이저는 비교적 에너지가 낮기 때문에 레이저가 닿은 곳의 조직을 완전히 분해시키지는 못하고, 대신 조직의 좁은 영역을 순간적으로 증발시켜 기포를 만들어낸다. 엑시머 레이저를 물체를 깎아 내는 망치와 정에 비유한다면 펨토세컨드 레이저는 물체를 자르는 칼에 비유할 수 있다. 때문에 시력교정술에서 두 레이저는 명확히 다른 용도로 사용된다.

펨토세컨드 레이저는 매우 짧은 시간에 좁은 영역에 조사하기 때문에 주변 조직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도 매우 정교하게 조사 위치를 정할 수 있고, 때문에 입체적인 모양으로 조직을 자를 수 있다. 이 아이디어가 시력교정술에 처음 도입된 것은 FS-LASIK이라고도 부르는 펨토세컨드 라식이다.

일반적인 라식과 펨토세컨드 라식의 비교

원래 라식은 각막 표면을 매우 얇게 포를 뜨듯 잘라내어 각막 내부(실질, stroma)를 드러내는 과정으로 시작한다. 이 ‘포’를 플랩(flap)이라고 하는데, 각막은 아주 얇기 때문에 플랩의 두께는 0.1mm 정도에 불과하다. 때문에 플랩을 만드는 것은 라식에서 가장 정교하게 진행되어야 하는 과정으로, flap complication이라는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 플랩은 원래 마이크로케라톰(microkeratome)이라는 특수한 칼을 사용하는데, 기본적으로 의료진이 손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플랩에 구멍이 나거나(flap buttonhole) 플랩이 아예 잘려버리는 등(free cap) 다양한 문제와 부작용이 생기기도 했다.

플랩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마이크로케라톰

첫 번째로 펨토세컨드 레이저가 도입된 곳은 바로 이 플랩을 만드는 부분이었다. 라식 수술을 위해 각막 표면을 얇게 잘라내는 과정을 수공구가 아닌 펨토세컨드 레이저에게 맡긴다는 것이었다. 결과 플랩 정밀도 문제로 발생하던 문제점과 부작용들을 줄일 수 있었다. (참고로 유의미한 수술 결과 및 경과의 차이는 거의 없다.)
그리고 시력교정용 레이저를 비롯한 다양한 의료 장비를 만들던 칼 자이스 메디텍(Carl Zeiss Meditec AG)에서는 이를 더 발전시켜서 새로운 수술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다. 종전의 FS-LASIK 수술은 기존의 라식 수술 과정에서 플랩을 만드는 과정만 펨토세컨드 레이저로 대체했다.

즉, 원래의 라식 수술에서
1. 각막 상피를 얇게 포 뜨듯 잘라낸다(flap). 마이크로케라톰이라는 아주 정밀한 칼을 사용한다.
2. 환자는 엑시머 레이저 장비로 이동하여 교정용 엑시머 레이저를 조사한다. 이를 통해 각막의 모양을 필요한 대로 깎는다.
3. 벗겨낸 플랩을 다시 덮고 치료가 종료된다.
와 같은 과정을

FS-LASIK (펨토 라식, 왼쪽 열)
1. 펨토세컨드 레이저로 각막 상피를 포 뜨듯 잘라낸다(flap)
2. 환자는 엑시머 레이저 장비로 이동하여 교정용 엑시머 레이저를 조사한다. 이를 통해 각막의 모양을 필요한 대로 깎는다.
3. 벗겨낸 플랩을 다시 덮고 치료가 종료된다.
와 같은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런데, 칼 자이스에서는 여기서 2번을 꼭 엑시머 레이저로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졌나보다. 엑시머 레이저가 깎았어야 했던 교정량을 그냥 펨토세컨드 레이저로 잘라내면 안 될까 하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그렇게 ReLEx-FLEX가 탄생했다.

ReLEx-FLEX은 아래와 같이 진행한다. (가운데 열)
1. 펨토세컨드 레이저로 각막 상피를 포 뜨듯 잘라낸다(flap)
2. 펨토세컨드 레이저로 환자의 각막에서 제거해야 할 부분을 잘라낸다. 잘라낸 부분은 포셉 등으로 떼어낸다.
3. 벗겨낸 플랩을 다시 덮고 치료가 종료된다.

이런 수술을 만들어 놓고 나니, 꼭 꼬인 걸 좋아하는 분들이 있다 “조금 더 챌린장한 일을 할 수 있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이 또 들었나보다. 펨토세컨드 레이저를 사용한다면 굳이 교정할 부분에 직접 레이저를 쏠 필요가 없다. 어떻게든 잘라낸 각막 조각을 제거할 수만 있으면 된다. 때문에 칼 자이스에서는 FLEX 수술에서 1번 순서를 없앴다. 펨토세컨드 레이저로 굳이 각막 상피를 완전히 열어 플랩을 만들지 않고, 대신 잘라낸 부분을 제거할 수 있는 최소한의 구멍만 뚫어 놓는 것이다. 레이저로는 각막 내부에서 제거할 부분을 잘라내고, 이후 의료진이 그 좁은 구멍으로 포셉 등의 도구를 넣어 잘라낸 조각(lenticule)을 꺼내게 된다. 그렇게 등장한 수술이 바로 ReLEx-SMILE, 통칭 스마일라식이다.

이러한 기반 기술 자체는 칼 자이스 메디텍에서 최초로 개발했고, 2011년 등장 이래 꽤 오랫동안 경쟁자가 없었다. 그러다 2020년대에 이르러서 기존의 펨토세컨드 레이저 메이커였던 Ziemer에 더해 엑시머 레이저를 오랫동안 만들어 온 슈빈트에서 각각 ReLEx-SMILE과 유사한 새 레이저 장비와 치료 프로세스를 공개하고 CE 인증이 진행중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드디어 국내에도 Schwind사의 ATOS 장비를 이용하는 SmartSight 수술이 도입된 것 같다. 보통 국내 안과에선 ‘스마트 라식’ 이라는 이름을 붙여 부르는 것 같다. 아직 그렇게 많은 안과에서 도입하지는 않았으나, 몇몇 안과에서 도입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며, 2023년 현재 내가 검색 가능한 범위에서 ATOS를 도입하여 SmartSight 수술을 진행하고 있는 안과들은 다음과 같다 (가나다 순):

  • 강남센트럴안과의원
  • 강남스마일안과의원
  • 누네안과병원
  • 드림성모안과의원
  • 마산 김안과의원
  • 밝은성모안과의원
  • 첫눈애안과의원
  • 하늘안과의원
  • 하이안과의원
  • 효안과의원

다만 ReLEx-SMILE보다 늦게 등장한 수술이기는 하지만 수술 결과 측면에서, 또는 기술적으로 그렇게까지 큰 차이는 없는 듯하다. 아마 이건 더 많은 사례가 쌓이고 논문이 나와야 알 수 있을 듯하다. 대략적인 기술적인 차이는 아래와 같다. 아마 수술받는 입장에서 가장 큰 차이는 속칭 ‘난시’라고 부르는 cylindrical error가 심한 사람에 대해 cyclotorsion compensation이 가능하므로 결과물이 조금 더 좋을 수 있다는 정도가 있을 것 같다.
– 잘라내는 Lenticule의 모양이 다르다.
– SmartSight는 lenticule 옆면이 날카롭게 생겼으며, side cut이 없다.
– 각 레이저 조사의 에너지가 다르다.
– SmartSight는 75nJ – 120nJ 수준까지 (더 넓을 수도 있음) 조절 가능한 듯하다.
– VisuMax는 FDA 승인 문서상 공식 스펙이 125nJ – 170nJ인데, 110nJ(22단계)로 수술한다는 안과도 있다. 미국판의 스펙이 다를 수도 있고, 상세 스펙이 잘 공개되어 있지 않아서 확실하지는 않다.
– 레이저 조사 속도가 다르다.
– SmartSight를 시행하는 ATOS는 4MHz
– 기존의 VisuMax는 500kHz (후속작 VisuMax 800은 2MHz)
– 다만 레이저 속도는 빠르지만 수술 시간이 짧지는 않다. VisuMax는 수술 시간이 30초정도 되는데, VisuMax 800은 레이저 조사 속도 향상과 함께 수술 시간이 7초 정도로 감소했고, 때문에 수술 중 안구 고정이 풀리는 등 사고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SmartSight는 30초 정도라고 한다.
– 안구 추적 기능
– SmartSight에 안구 추적 기능이 있기는 한데… 어차피 centration은 의료진이 수동으로 하기 때문에 조금 더 참고할 수 있는 정도다.
– 그리고 펨토세컨드 레이저는 어차피 안구에 광학계를 흡착시켜서 사용하기 때문에 (레이저 빔이 고깔 모양으로 모여서 진행하기 때문에 정확한 깊이에 레이저를 조사하기 위해 안구에 붙어 있어야 한다) 수술 중 추적은 필요하지 않다.
– Cyclotorsion 보상이 되기 때문에 난시(cylindrical error)가 심하다면 조금 나을 수 있다. 다만 VisuMax도 VisuMax 800부터는 cyclotorsion 보상 기능이 생겼다.
– Incision 기본 각도 변경
– 근데 이거 VisuMax에서도 조절 가능하다.
– 기기의 크기와 무게
– VisuMax는 자체 무게가 870kg으로 이동이 불가능하지만 ATOS는 275kg으로 바퀴도 달려 있다.
– 참고로 VisuMax 800은 520kg이다. 정보가 많지 않아 확실하진 않으나 기능은 VisuMax 800쪽에 더 많은 것 같다. 세극등(slit lamp)이 VisuMax 800에는 있지만 ATOS에는 없는 듯하다.
– 물론 수술받는 입장에서는 의미없다.

글을 쓰고 보니 FEMTO LDV사의 Z8을 사용하는 비슷한 수술, CLEAR도 국내에 들어온 것 같다. 이것도 글로 써 봐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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