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메라로 사용하기 위해 갤럭시 S23 울트라를 중고로 들였다. 하필 S23 Ultra였던 이유는, S24 Ultra부터 망원 10배 줌 카메라가 5배 줌 카메라로 대체되었기 때문이다. S24 Ultra에서 바뀐 카메라가 업그레이드인지 다운그레이드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10배를 넘어가는 슈퍼줌 영역에서는 명백한 다운그레이드가 맞다. 때문에 S23 Ultra를 구매했다.
S23의 10배 줌에서 S24의 5배 줌으로의 변경은 다운그레이드인가?
사실 이건 용도에 따라 다르다. 기존의 S23 Ultra는 3배 줌과 10배 줌 카메라 사이에 굉장히 큰 간극이 있고, 3배 줌 카메라의 해상도가 10MP 정도로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3-10배 사이의 줌을 사용하려면 상당한 화질 저하를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10배 줌 카메라도 절대적인 성능은 썩 좋지 않았다. 센서 크기가 1/3.52″에 불과하고, 화소 수 역시 10MP에 불과한 카메라였기 때문이다.
카메라 | S23/S24 Ultra 3x | S23 Ultra 10x | S24 Ultra 5x |
센서 | Sony IMX754 | Sony IMX754 | Sony IMX854 |
판형 | 1/3.52″ | 1/3.52″ | 1/2.52″ |
렌즈 밝기 | f/2.4 | f/4.9 | f/3.4 |
상대적 수광량 (10배 줌 시, 높을수록 좋음) | 0.00448 | 1 | 1.0131 |
픽셀 피치 | 1.12um | 1.12um | 0.7um |
픽셀 피치 (10배 줌 시, 낮을수록 좋음) | 3.73 | 1.12 | 1.4 |
다만 위와 같이 변경된 조리개, 그리고 센서 크기와 해상도가 올라간 점을 감안하면 10배 줌 모드에서의 수광량은 거의 같다. 문제는 유효 픽셀 피치이다. 센서의 픽셀 피치는 S24 Ultra가 더 작지만, S23 Ultra와 같은 10배 줌을 위해서는 상을 2배 확대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픽셀 피치를 비교해 봤을 때 S23 Ultra의 10배 줌 모드에 비해 S24 Ultra의 10배 줌 모드의 해상력은 25%정도 떨어진다. 거기에 S23 Ultra와 S24 Ultra의 픽셀 구조가 완벽히 같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왼쪽과 같은 일반적인 Bayer pattern을 사용하는 S23 Ultra와 달리 S24 Ultra는 아래 그림의 Quad Bayer pattern을 사용한다. 이는 필요에 따라 50MP 센서를 픽셀 비닝을 통해 2×2의 픽셀을 하나로 묶어 12MP 센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각 픽셀의 크기가 같다면, 오른쪽과 같은 Quad bayer 구조의 색상 해상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거기에 소자의 픽셀 피치는 무조건 낮을수록 좋은 건 아니다. 픽셀 피치가 작을수록 같은 광학계에서는 조금이라도 높은 해상력을 낼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소자 자체의 크기가 가시광선의 한계 파장인 0.7um정도의 피치가 되면 가시광선을 수광하기 어려워지고, 인접한 픽셀끼리의 간섭은 심해지고, 회절이 일어나면서 해상력은 떨어진다. (삼성전자에서는 인접한 픽셀끼리 분리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자사의 이미지 센서를 ‘ISOCELL’이라는 이름으로 마케팅하고 있다.) 게다가 픽셀 피치가 작아지면 전체 센서 중 포토다이오드가 차지하는 면적 비율이 줄어들면서 픽셀 자체의 수광 효율도 떨어지기도 한다. 때문에 픽셀 피치가 다소 크더라도 광학계를 통해 큰 상을 맺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세밀한 부분을 포착하기에는 더 효과적이다.
따라서 평소에 3-10배 사이의 줌 구간을 사용했다면 망원 카메라의 변경은 업그레이드이고, 10배 이상의 줌을 사용한다면 명백한 다운그레이드이다.
물론 S24 Ultra는 출시 때부터 AI를 엄청나게 강조한 만큼 이미지 프로세싱으로 해상력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한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다양한 리뷰를 보았을 때, 스마트폰의 ISP 내부에서 처리가 완료된 결과물을 JPEG로 확인하면 생각보다 S23 Ultra와 S24 Ultra의 망원 대역에서의 차이가 우려할 정도로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10배 이상, 30배 정도까지의 망원으로 가면 5배 줌에 디지털 프로세싱의 한계는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으로 보였고, 때문에 S23 Ultra를 중고로 구매했다.
불량품 당첨
중고 구매 현장에서 열심히 온갖 기능을 전부 확인해보고, 외관은 물론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센서, 그리고 IMEI까지 박스와 일치하는지 전부 확인하고 왔건만, 문제가 있었다. 10배 줌 카메라의 AF가 세로모드에서는 정상적으로 동작하며, 오른쪽으로 기울여 파지했을 때에도 동작하는데 왼쪽으로 기울여 파지하면 동작하지 않았다. 커뮤니티를 보니 3배줌 카메라로 한 번 전환하면 된다는 말이 있어 3배 줌 카메라로 한 차례 전환했더니 이번에는 잘 동작했다. AF 모터의 출력이나 윤활에 문제가 생겨 특정 방향에서 초점 렌즈군을 이동시킬 수 없는 현상으로 추정되었다. 하드웨어 문제라는 이야기가 있어 서비스센터에 방문했는데, 다행히도 무상 AS기간이 종료되는 당일에 서비스센터를 방문한 덕에 무상으로 수리받았다. 유상으로 수리받으면 10배 줌 카메라 모듈 가격은 13만원정도 하는 것 같다.
장단점
근데 막상 써 보니 몇 가지 문제를 찾을 수 있었다.
1. 3배줌과 10배줌 망원 카메라는 UHD 영상을 찍을 수 없다.
카메라 UI에는 분명 4K라는 선택지가 뜨긴 한다. 근데 이 UI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초광각 카메라는 소니의 IMX564 센서를 사용하며, 이 센서는 4:3 비율의 12MP 센서로 풀 픽셀 리드아웃의 UHD 영상을 정상적으로 지원한다. 하지만 3배와 10배 망원 카메라에 사용된 IMX754 센서의 해상도는 3648×2736 픽셀이다. 가로 폭이 UHD 해상도(3840×2160)에 못 미친다. 그런데 영상 촬영 결과물은 업스케일링을 해서 3840×2160으로 내 놓는다.
별개로 초광각 카메라는 4080×3060 해상도의 IMX564 센서를 사용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UHD 촬영이 가능하고, 전면 카메라도 4000×3000 해상도의 S5K3LU 센서를 사용하기 때문에 UHD 촬영이 가능하다.
2. 과도한 비디오 샤픈
망원 카메라의 센서 크기가 작고, 때문에 DR이 떨어지는 편이다. 여기까지는 물리적인 한계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결과물에도 소프트웨어적인 보정이 과도하게 들어가는 편이다. 특히 대비가 강한 부분에 샤픈이 지나치게 들어가서 역광 상황에서 피사체 주변을 둘러싸는 테두리가 보이는 현상이 있다.

거기에 노이즈를 억제하기 위해 뭉개는 느낌도 너무 강한 것 같다. 이건 다른 폰이나, 비슷한 급의 센서를 사용하는 똑딱이랑 비교해 봤을 때 상당히 심하다.

3. Log 촬영이 없다.
S25 Ultra는 출시부터 Log 촬영을 넣고 나왔고, S24 Ultra는 One UI 7 업데이트를 통해 넣어 줬다. 그런데 S23 Ultra에는 안 넣어줬다.
S23 Ultra, S24 Ultra, S25 Ultra는 모두 메인 카메라에 같은 센서를 사용하므로 센서 차이는 아니다. 프로세서라기에도 같은 스냅드래곤 8 Gen 2를 탑재한 샤오미 13 Pro는 Log 촬영을 지원한다. 그냥 안 넣은 거다. 서드파티 앱으로 촬영할 수 있긴 하지만 급나누기를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놈의 AI는 S23에도 넣어 줬으면서 로그 촬영은 왜 안 넣어주는건지 모르겠다.
4. 45W 충전이 안 된다.
스펙상 최대 충전 전력은 45W이지만, 45W가 배터리에 들어가는 상황을 한 번도 재현하지 못했다. 25도 정도의 배터리 온도, USB PD PPS로 11V 5A 출력을 지원하는 충전기에 연결해도 확인할 수 있었던 최대 입력 전력은 36W 정도였다.
샤오미는 저가형 브랜드인 포코에도 기본으로 67W를 넣어주고, 리얼미같은 폰도 저가형부터 최소 60W대 충전기가 들어가고 실제로 잠깐이나마 60W가 배터리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아쉽다.
너무 단점만 나열한 것 같다. 장점도 몇 가지 있었다.
1. OIS가 훌륭하다. 특히 10배 줌 카메라의 OIS는 스마트폰에 들어간 물건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하다.
다만 영상에서 OIS 처리가 내 취향은 아니다. DJI의 짐벌이나 액션캠은 카메라를 회전시켰을 때 OIS가 천천히 따라 움직이는, 일종의 부드러운 클리핑이 적용된 로우 패스 필터(LPF)처럼 동작한다. 때문에 스태빌라이저가 켜진 상태에서 카메라를 원하는 방향으로 돌리면 시야가 천천히 따라온다. 하지만 S23 Ultra의 OIS는 가능한 한 최대한 피사체를 놓치지 않고 같은 곳에 붙들고 있다가, 스태빌라이저의 범위를 넘으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다먼 이건 알고리즘의 취향 차이인 것 같고 단점은 아닌 것 같다. DJI는 스테디캠을 모방한 것에 가깝고, S23 Ultra는 스태빌라이징 성능을 극대화한 것이다.
2. A7R5도 안 되는 8K 30p 촬영이 된다.
참고로 A7R5는 8K 25p가 최대이다. 다만 A7R5는 8K에서도 10비트 로그 촬영이 가능한데, S23 Ultra는 4K까지만 10비트 HDR을 지원하고 8K에서는 안 된다. 다만 8K 촬영은 Camera2 API를 통해 접근할 수는 없기 때문에 서드파티 앱에서는 불가능하고 순정 One UI 카메라 앱에서만 가능하다.
3. 오디오 빔포밍을 선택할 수 있다.
아이폰을 포함해 거의 모든 스마트폰이 동영상 촬영 모드에서 빔포밍을 지원하기는 하는데, 동영상의 촬영 방향과 줌을 따라가도록 되어 있다. S23 Ultra는 오디오 빔포밍 옵션을 밖으로 꺼내 놓았다. 그래서 앞 / 뒤는 물론 오디오 줌 여부도 선택할 수 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카메라로서는 상당히 쓸만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