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칩스에 대해
노바칩스 CFexpress 메모리를 선택하게 된 과정
아무튼 그간 V60 SD카드에 부족함을 느꼈지만 너무도 비싼 가격탓에 다른 메모리로 넘어가는 것은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과거형인 이유는 노바칩스에서 2024년 12월에 드디어 저렴한 CFexpress Type A카드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노바칩스 CFexpress 제품군 분석
이전에도 노바칩스에서 CFexpress Type B 규격 카드를 제조하기는 했는데, 이번에 Type A 규격의 제품을 새로 출시했다. 제품은 EXTREME(SLC)과 EXPRESS(TLC)의 두 라인업으로 구성된다.

- 참고로, 글을 작성한 이후 현재는 EXPRESS 라인업으로 400GB의 제품이 추가로 출시되었다. VPG 400으로 인증 규격은 동일하며, 스펙상 쓰기 속도는 800MB/s이다.
EXTREME은 셀당 1비트를 저장하는 SLC 낸드 기반의 하이엔드 제품이고, EXPRESS는 셀당 3비트를 저장하는 TLC 낸드 기반의 제품이다.
EXTREME의 낸드는 정확히는 pSLC인데, 기본적으로 TLC 낸드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TLC에서 각 셀당 1비트만을 저장해서 SLC처럼 사용하는 것이다. 2025년 현재 주요 낸드플래시 제조업체에서는 더 이상 SLC 낸드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TLC를 사용해서 SLC 모드를 구현한 것이다. 이런 형태의 SLC를 pSLC(pseudo SLC)라고 하는데, pSLC는 ‘진짜’ SLC와 기록 방식이 동일하기 때문에 SLC와 비교했을 때 성능이나 내구성 면에서 차이는 거의 없다. 제조사에서도 일반적으로 SLC라고 표기한다. 아니 애초에 노바칩스를 제외하고는 이렇게 자사 제품에 사용되는 낸드플래시의 종류를 명확하게 표기하는 업체가 손에 꼽을 수준이니 표기를 해 준것만 해도 감사해야 한다. 내가 아는 한 자사 메모리 제품의 낸드 타입을 명확히 표기하는 제품은 TLC임을 표기한 Sandisk Extreme PRO 시리즈나, Sandisk PRO-CINEMA 시리즈 정도가 전부이다.
SLC 낸드를 사용한 EXTREME 시리즈는 환상적인 쓰기 수명을 자랑한다. Type A는 제품 정보에 수명이 기재되어 있지 않지만, Type B를 참고하면 330GB 기준 2000TBW, 660GB 기준 4000TBW로 표기되어 있다. 이 정도 수명이면 6000회의 쓰기/지우기(Program/Erase) 사이클에 해당하는데, 이 값은 2025년 현재 그 어떤 플래시 메모리 기반의 저장장치보다 높다. 소비자용 SSD중 이 정도의 쓰기 수명을 보증하는 제품은 없다. 2025년 현재 모든 소비자용 SSD는 TLC 또는 QLC로만 제조되는데, 나름 하이엔드 제품인 990 PRO의 쓰기 수명조차도 1TB 제품을 기준으로 600TBW로, 600회의 쓰기/지우기 사이클에 불과하다. 과거 삼성전자에서 마지막으로 일반 소비자용으로 판매했던 MLC SSD인 970 PRO조차도 512GB를 기준으로 쓰기 수명이 600TBW로, 1200회의 쓰기/지우기 수명에 불과하다. 물론 제조사의 표기 수명이 모든 것을 말해주지는 않고,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저장 장치는 제조사의 표기 수명보다 오래 가긴 하지만, 여전히 엄청나게 높은 숫자라는 것은 사실이다.
한편 EXPRESS 시리즈는 TLC 메모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EXTREME 시리즈보다 쓰기 수명이나 쓰기 속도는 다소 낮다. 하지만 이미 시장의 모든 SSD나 플래시 저장 장치는 Endurance 라인업 SD카드조차도 TLC를 사용한 지 오래되었고, 모든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노트북의 내장 SSD조차도 거의 전부 TLC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을 것이다. EXPRESS 512GB Type B 제품을 기준으로 쓰기 수명은 500TBW로, 1000회의 읽기/쓰기 사이클에 해당한다. 이 정도면 5년동안 매일 273GB를 기록해야 하는데, 매일 A7R V로 8K 영상을 1시간 30분씩 찍어야 도달할 수 있는 수명이다. 참고로 A7R V는 8K 영상을 찍으면 약 30분정도만에 과열되기 때문에 1시간 30분짜리 영상을 찍으려면 2시간 30분정도는 걸린다. 일반 소비자가 크게 상관할 필요는 없는 수준이고, 5년 뒤면 또 새로운 저장장치가 등장할 테니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딱 10년쯤 전에 SSD의 수명을 걱정하면서 MLC니 TLC니 V-NAND니(V-NAND는 같은 낸드 크기일 때 셀 크기를 늘릴 수 있으므로 Gate Oxide의 두께를 늘릴 수 있어 수명이 길다) 따지던 분위기가 있었는데, 지금 그런 분위기는 엔터프라이즈에서조차 거의 없어졌고, 서버에도 TLC SSD를 사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엔터프라이즈는 어차피 백업을 하기 때문에 TCO가 제일 중요하긴 하다.)
성능은 EXTREME과 EXPRESS 시리즈 모두 PCIe 4.0 x1를 사용하기 때문에 최대 속도가 1GB/s를 넘는다. 2023년 CFexpress 4.0 규격이 발표되었지만 2025년 현재까지도 메모리카드는 물론이고 카메라 중에서도 PCIe 4.0을 지원하는 제품이 흔하지는 않기 때문에 사실상 시장에 있는 제품 중 제일 빠른 수준이다. ProGrade, OWC, NexStorage, Pergear, Angelbird 등 제조사에서 CFexpress 4.0 Type A 제품을 출시하기는 했는데 아직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고 있다.
어차피 2025년 현재 CFexpress Type A를 사용하는 모든 소니 카메라는 PCIe 3.0만을 지원하기 때문에 더 빠른 제품을 사용해 봤자 카메라 내에서 실제 촬영 시 최대 속도는 1GB/s이다.
(추가: 이 글을 쓰는 2025년 7월이 되어서야 마침내 소니에서 CFexpress 4.0 규격의 메모리카드와 리더를 출시했다.)
개인적 추측인데, EXPRESS 800GB와 EXTREME 330GB는 내부 구조가 동일할 것 같고, EXPRESS 1.6TB와 EXTREME 660GB는 내부 구조가 동일할 것 같다. EXPRESS 800GB와 EXTREME 330GB는 모두 내부에 1TB TLC 낸드플래시를 탑재하고, EXPRESS는 over-provisioning(여유 용량)으로 200GB를 잡아 800GB의 가용 용량을 만든 것으로 추측된다. EXTREME 330GB는 pSLC이므로 탑재한 낸드플래시 용량의 1/3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330GB로 출시한 것 같다. 마찬가지로 EXPRESS 1.6TB는 내부에 2TB TLC 낸드를 탑재하고 400GB를 여유로 남겨놓았으며, EXTREME 660GB는 2TB TLC 낸드에서 3bit를 저장할 수 있는 각 셀에 1비트만을 저장해서 용량이 1/3이 된 것 같다.
카드를 열어 내 가설을 확인해 보고 싶지만, 무턱대고 열기에는 너무 비싸기에 열어보지는 않았다.
같은 용량의 맥북 SSD 업그레이드보단 싸다.
노바칩스라는 기업에 대해
메모리와 같은 제품을 구매하는 데에는 제품의 성능과 가성비도 중요하지만, 신뢰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라도 생기면 곧바로 데이터가 전부 손실되는 저장 장치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래서 나는 오랫동안 개인 NAS나 서버에 항상 HGST UltraStar 시리즈, WD에 인수된 뒤에도 오래도록 UltraStar 라인업의 하드디스크만 사용해 왔다. 그래서 노바칩스라는 처음 들어보는(?) 업체의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업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일단 노바칩스의 홈페이지를 보면, 노바칩스는 팹리스 업체로 자체적인 플래시 스토리지 컨트롤러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SATA부터 PCIe 4.0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개발 및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 생산하는 ‘Bugatti3’ 컨트롤러는 12nm 공정으로 제조한다. 12nm 로직 반도체를 제조할 수 있는 기업은 TSMC, 삼성전자, UMC, SMIC, GlobalFoundries, 인텔 등(STM이 최근 14nm FDSOI 공정을 도입하긴 했는데 이건 아닐 듯하다) 전 세계를 통틀어도 한 손에 꼽는 수준이니 플래시 컨트롤러 중에서는 거의 사용할 수 있는 가장 최신 공정을 사용하는 셈이다.
노바칩스의 제품 라인업 자체는 이전에 화제가 되었던 파두보다도 더 다양하다. 또한 노바칩스는 이전에 HLNAND라는 낸드플래시 인터페이스 IP를 인수하여 자체적인 낸드플래시 인터페이스 등, 많은 IP를 직접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HLNAND는 낸드플래시가 링버스로 연결된 독특한 인터페이스인데 고용량 확장에 유리할 것 같다. 노바칩스의 기업 정보를 검색해 보면 직원 수가 32명이라고 뜨는데, 32명이라는 인력으로 팹리스부터 B2C까지의 사업을 모두 영위하는 것이 대단하다. 오랫동안 SSD 컨트롤러와 SSD 제품을 만들어 온 것을 보았을 때, 노바칩스는 자체적인 낸드플래시 컨트롤러 IP와 PHY를 모두 보유하고, DDR 메모리 컨트롤러 PHY에 대한 기술 협력 기사를 보면 컨트롤러를 RTL 레벨에서부터 EDA까지 직접 설계하여 생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플래시 메모리 컨트롤러를 직접 만드는 업체는 전세계적으로 보아도 그리 많지 않다. CFexpress 제조사 중에서 아마 컨트롤러를 직접 설계하는 회사는 기껏해야 노바칩스와 샌디스크 정도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낸드 플래시 컨트롤러를 직접 설계하고 펌웨어를 직접 만든다는 것은 제품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문제의 원인을 찾아 정확히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노바칩스 CFexpress Type A 메모리카드의 초기 버전은 기록 지연 이슈가 있었고,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이렇게 문제에 대한 피드백과 해결이 빠르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플래시 메모리 컨트롤러와 펌웨어를 모두 직접 개발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노바칩스의 메모리카드가 단순히 다른 회사에서 개발한 OEM버전이 아닌(물론 낸드플래시는 사다 쓰겠지만, 전세계에서 최신 낸드플래시를 만드는 회사는 삼성전자, 하이닉스, 샌디스크-키오시아, 마이크론, YMTC뿐이다) 노바칩스에서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 제품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오히려 이런 결함 대응 과정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더 신뢰가 갔다. 이러한 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았을 때 노바칩스는 충분히 좋은 메모리카드를 개발하고 생산하는 기업이라고 생각했고, 구매를 결정했다. 참고로 카메라 메모리카드 업계에서 이미 잘 알려진 엔젤버드도 자사의 SSD 제품에 노바칩스 컨트롤러를 사용한 바 있다.
문제는 재고였다. CFexpress Type A 800GB는 장기간 품절 상태에 있었고 도무지 입고되지를 않았다. 오죽하면 아마존에서 더 비싼 가격에 직구할까 고민도 했고, 재고가 남아있는 EXPRESS 1.6TB나 EXTREME 330GB를 구매할까도 고민했다. 하지만 열심히 기다리면 언젠가 입고되겠지라는 생각에 기다리고 있었고, 7월이 되어서야 드디어 제품이 입고되었다. 입고되자마자 금방 오지 않을 기회라는 생각에 바로 2개를 카드 리더와 함께 주문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노바칩스가 메모리카드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신생 기업이다 보니 일단은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게 아닐까 싶다. CFexpress Type A를 처음 런칭했을 때에는 800GB 제품을 299,000원에 판매했었고, 여전히 대단히 저렴한 가격인 359,000원에 판매한다. 아마 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어느 정도 인지도가 높아지면 가격을 올리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있다.
글을 쓰고 수정하는 사이에도 800GB 카드는 품절과 재입고가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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