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종 보통 면허 취득 후 2종 보통 취득하기

Disclaimer: 이 글은 운전면허를 취득하고자 하는 거의 모든 분께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1종 보통 면허를 보유한 상태에서 2종 보통 면허를 취득하는 분께만 도움이 됩니다.

 

몇년 된 일이지만, 언젠가는 글로 후기를 정리하고 싶었기에 글로 남긴다.

나는 원래 고등학교 시절 취득한 1종보통 운전면허가 있었다. 당시에는 운전면허 간소화 정책에 따라 기능시험의 난이도가 0에 수렴하는 수준이었다. 나는 당시 용인운전면허시험장에서 기능시험을 봤었다. 그 시절은 학과와 기능시험까지는 그냥 시험장에 바로 가서 따는 게 정석이었고, 오히려 기능시험을 배우러 학원에 가면 바보 취급을 받았다. 왜냐하면 기능시험 코스가 아래와 같았기 때문이다.

위성사진에서도 당당히 보이는 [출발]과 [정지]선.
아무런 조작 없이 50미터만 앞으로 가면 됐었다. 당시 저 기능시험을 본 이후 강남운전면허시험장에서 도로주행을 봤고 바로 합격했다.

그리고 이 글로 남기는 삽질을 하기 전, 난 1종 대형과 1종 보통, 특수 (소형견인), 2종 소형, 원동기 면허가 있었다. (물론 면허증이 세 줄인 사람도 흔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소에 매뉴얼 바이크를 타고 다녔기에 수동변속기에는 매우 익숙했고, 차도 계속 끌고 다녔으니 2종 보통 정도는 쉽게 취득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참고로 매뉴얼 바이크는 클러치만으로 출발하면 정말 천천히 출발하지 않는 한 거의 무조건 시동이 꺼지고, 당연히 경사로 밀림방지장치도 없다.

 

1종 보통과 2종 보통 운전면허를 모두 취득하는 방법에 대해 먼저 설명하자면, 2종보통을 먼저 취득한 뒤 1종보통을 취득하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다. 아마 면허를 둘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부분 이 경우일 것이다.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로는 1종 보통 도로주행 시험을 보는 것이다. 2종 보통 면허가 있는 상태에서 신체검사에 통과하고, 1종 보통 차량으로 도로주행만을 응시하면 바로 1종보통을 받을 수 있다.

두 번째는 7년 무사고 갱신이다. 원래는 장애인을 제외하면 2종 보통 수동 면허가 있는 경우에 한해 7년 무사고를 달성하면 1종 보통 수동을 발급할 수 있었으나, 2024년부터 장애인 한정이었던 1종 보통 자동 면허가 개방되면서 기존 2종 보통 자동 면허 보유자도 7년 무사고를 달성하면 1종 보통 자동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무사고’는 흔히 생각하는 교통사고의 기준이 아니라, 실제 경찰에 신고된 사고가 기준이다. 때문에 주정차 중 발생하는 사소한 사고는 거의 포함되지 않고, 대부분의 운전자는 2종 보통 취득 후 7년이 경과하면 쉽게 1종 보통으로 변경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1종보통은 2종보통의 모든 운전 가능 차량을 포함하는 완벽한 상위 호환 면허이고, 1종 보통 취득 후 2종 보통을 취득할 이유는 전혀 없다. 때문에 1종 보통을 취득 후 2종 보통을 취득하는 사람을 위한 배려는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다. 신체검사와 학과시험부터 다시 봐야 한다(…)

신체검사와 학과시험은 1종보통보다 기준이 낮은 만큼 당연히 한 번에 합격. 그리고 바로 기능시험을 보러 갔다. 근데 불합격. ㅋㅋㅋㅋㅋㅋㅋ 출발하고 제대로 코스에 들어가기도 전에 점수 미달로 불합격했다. 너무 억울했다. 내가 감점당했던 항목은 아래와 같다.

  • ‘전조등을 켜세요’ 라는 안내가 나오길래 전조등을 켰더니 5점 감점.
  • ‘전조등을 끄세요’라는 안내가 나오길래 전조등을 껐더니 5점 감점.
    • 알고 보니 안내가 나온 뒤 비프음을 듣고 켜야 한다고 한다. ‘사전조작’으로 감점당했다.
  • 과속(-3점) + 엔진 4000rpm 이상 회전(-10점)으로 감점.

타임어택을 해 보고자 하는 마음에 얼른 출발했다가 한번에 13점이 날아가서 바로 광탈해버렸다(…) 사전조작은 너무 억까였다고 생각함… 그리고 바로 두 번째 시험 접수.

또 떨어졌다.

출발할 때 좌측 깜빡이를 안 켜서 5점 감점당하고, 가속 구간에서 기어 변속이 제대로 인식이 안 됐는지 10점이 날아가고 과속으로 또 3점이 날아갔다. 종료하면서 우측 깜빡이로 다시 감점당했다.

세 번째 시험은 실격이었다. 오르막 구간에서 멈췄다가 바로 출발했더니 코스 미이행으로 실격당했다. 멈춘 뒤 3초정도 기다렸다가 출발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게 보게 된 네번째 시험에서는 시험 직전까지 모든 감점사항을 속으로 계속 외고 있었다. 전조등은 비프음 후에, 오르막은 3초동안 기다렸다가, 기어 변속은 변속 후 한 박자 기다리기, 최대속도 20km/h….

그리고 4트 끝에 만점.

기능시험에서는 신경쓸 게 너무 많다. 내가 감점당해서 불합격으로 이어졌던 항목들을 열거하자면 아래와 같다.

  • 출발시 좌측 방향지시등 미점등 (-5점)
    • 도로변에서 출발한다면 좌측 방향지시등을 넣는 게 당연하지만, 기능시험장에서 기억하고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 기어 사전 조작, 전조등 사전 조작, 와이퍼 사전 조작 (-5점)
    • 이건 좀 (많이) 억울했다. “전조등을 켜세요” 해서 켰더니 감점당하고, “전조등을 끄세요” 해서 껐더니 또 감점당했다. 알고 보니 “전조등을 켜세요”라는 음성 안내 이후 비프음이 나면 그 때 켜야 한다고 한다. 이건 실수하기가 매우 쉬워서 두 번이나 이 항목에서 점수를 대거 날려먹었다.
  • 경사로에서 정차했다가 바로 출발 (실격)
    • 이거 매우 주의해야 하는데, 정차 후 3초정도 기다려서 정지가 확인된 뒤에 타이머가 동작하는 것을 확인하고 출발해야 한다. 정차했다가 바로 출발했더니 코스 미이행으로 실격당했다. 우회전 일시정지는 순간적으로만 멈추면 되는데 이건 왜 아닌걸까?
  • 과속 (회당 -3점)
    • 면허가 있는 입장에서 쉽지 않다. 4번째 기능시험에서는 20km/h 근처를 아슬아슬하게 맞추면서 계속 액셀 툭툭 치면서 다녔다.
  • 엔진 RPM 4000 초과 (-10점)
    • 왜 있는 항목인지 잘 모르겠다. 말타기나 타력주행만 안 하면 되지 않나?
  • 가속코스
    • 가속코스의 정확한 가속 구간은, ‘최소 속도 20km/h 표지판이 설치된 곳의 5미터 뒤’ 부터 ‘최대 속도 20km/h 표지판이 설치된 곳의 5미터 뒤’이다. 학원에서는 대략 몇 번째 바리케이드, 나무 심어져 있는 곳, 이런 식으로 위치에 대한 힌트를 주는데 면허시험장에선 그런 거 없다. 가속구간 위치를 잘못 맞춰서 가속구간 이전에 20km/h를 초과하면 3점이 깎이고, 가속구간 내에서 20km/h 이상을 내고 기어를 변속하지 않으면 한 번에 10점이 날아간다. 1단에서 2단으로 변속한 뒤 클러치 페달까지 떼어서 확실하게 변속기를 체결시킬 필요는 없고, 시프터 위치만 2단으로 정확히 들어갔다 나오면 되는 것 같다. 이것도 인식에 시간이 걸려서 2단을 넣었다가 바로 빼면 안 되고, 2단을 넣은 뒤 숨 한 번 쉬고 1단으로 빼야 한다.
  • 종료 시 우측 방향지시등 미점등 (-5점)
    • 제일 억울한 사례다. 다 합격했는데 들어오면서 점수 미달로 불합격이다.

원래 운전면허 기능시험은 본인의 순서를 알 수 없고, 통제실에서 호명하면 그 순서대로 나가서 응시해야 한다. 하지만 2종 보통 수동은 응시자가 없거나 많아야 한두명이기 때문에 순서를 쉽게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운전면허 시험장에서 2종 보통 수동 시험차량은 혼자 연식이 다르거나 외관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시험차량과 조금 다르게 생긴 차량이 대기하고 있다면 본인의 순서를 쉽게 알 수 있다.

2025년 현재 기준으로는 2종 보통 시험차량이 현대 베뉴로 교체되고 있고, 베뉴 수동변속기 모델은 국내에서 단종되었기 때문에 2종 보통 수동 시험차량은 거의 무조건 엑센트이다.

기능시험 합격 후 바로 안전운전 통합 민원 포털에서 도로주행 시험을 접수하려고 했는데… 없다. 시험이 없었다. 신청할 수 있는 시험 일정이 전혀 없었다. 안내데스크에서 직원분께 여쭤 보니 2종 보통 수동은 응시자가 없어서(…) 따로 일정을 열어 놓지는 않고, 원하면 남는 1종 보통 일정을 빼서 넣어 주신다고 한다. 그렇게 바로 당일 시험을 접수했다.

원래 도로주행 시험은 부정 행위 방지를 위해 같은 시험에 응시하는 두 명의 응시자를 묶어 감독관과 함께 탑승한다. 한 명의 응시자가 시험에 응시하는 동안 한 명은 뒷자리에서 참관한다. 같은 차량에서 운전자만 바꿔 타기 때문에 보통은 1종 보통 응시자끼리, 2종 보통 응시자끼리 묶어주는데, 당연히도(…) 2종 보통 수동을 응시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기 때문에 1종 보통에 응시하는 분이랑 함께 탑승했다. 같이 탄 응시자분께서는 1종 보통임에도 운전이 매우 능숙하신 40-50대 남성분이셨는데, 아마 면허 취소 후 재응시하시는 것 같았다.

도로주행은 한 번에 합격. 또 떨어질까봐 정말 정신차리고 운전했다. 다만 방향지시등 점등(-7점)으로 두 번 까였다. 응시하면서 아 이건 감점이겠다 싶었던 순간이 두 번 있었는데 딱 7점씩 두 번 감점된 걸 보면 맞는 듯하다.

한 번은 지하차도 위의 유턴차로에서 좌측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았는데, 유턴 전용으로 신호가 따로 없는 차로였기에 일반적으로는 방향지시등을 켜야 한다는 인지를 하기 어려운 차로였다. 한 번은 차로 변경 시 방향지시등을 너무 늦게 켰다. 채점 기준상으로는 30미터 전에 방향지시등을 켜야 하는데, 시내주행에서 항상 30미터 전에 방향지시등을 켜기는 쉽지 않다. 감점을 인지한 순간 확신을 갖고 감독관님께 “아 이거 방향지시등 감점이죠?”라고 여쭤 보았는데, 아무 답변이 없으셨다. 아마 원칙적으로 시험 중에는 아무런 답변을 할 수 없으신 듯했다.

아무튼 땀. 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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