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근시 교정을 위해 스마일라식(ReLEx SMILE) 수술을 받았다. 사실 맨 처음 수술은 상당히 충동적으로 결정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조금 더 고민해볼걸 하는 생각은 든다. 수술 전 나안시력(pre-op UCVA)은 왼쪽 spherical error -4.25D / cylindrical error -0.75D, 오른쪽 spherical error -4.75D / cylindrical error -0.50D였다. 절삭 영역의 지름과 교정할 디옵터에 따라 각막을 깎는 두께를 계산하는 Munnerlyn Formula로 절삭량을 대략적으로 계산하면 이론적인 각막 절삭량은 수술 영역의 지름이 6.5mm일 때 70µm정도로, 라섹(PRK)를 했을 때 잔여각막은 400µm 후반대, ReLEx SMILE로는(lenticule 이 찢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side cut의 최소 두께를 15µm정도 확보해야 함) 400µm 중반대를 남길 수 있었다. 둘 다 여유있는 각막 두께로, 각막 두께가 상당히 두꺼운 편이라 다행히 ReLEx SMILE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참고로 각막은 전면(anterior)일수록 교차결합(collagen cross-linking) 밀도가 높기 때문에 각막의 깊은 영역(posterior)을 제거하는 ReLEx SMILE이 각막 절삭량이 많은데도 수술 후 각막 강도는 PRK와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그리고 LASIK보다는 높다는) 보고가 있다.[0]
ReLEx SMILE 수술 절차.
수술은 소독 및 점안마취 후 왼쪽 눈, 오른쪽 눈 순서로 총 10분도 되지 않아 끝났다. 그런데 수술 과정이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 분명 눈에 감각은 없는데 눈 바로 앞에 뭔가 물체가 왔다갔다하는 게 보인다(…) 레이저를 조사하는 동안 눈을 움직이지 않는 것은 쉬운데, 렌티큘을 꺼내는 동안 눈을 움직이지 말라는데 무의식중에 자꾸 움찔하게 돼서 가만히 있기가 무지 어렵다. 수술 프로파일은 레이저 출력 110nJ, 캡 두께(cap thickness) 110µm 였다. 사이드 컷(lenticule side cut) 두께는 알 수 없었는데(알려주지 않음) 15µm정도인 듯 하다. 수술 후 잔여 각막 두께(residual stroma thickness)는 양 눈 모두 340µm정도였다. 캡을 포함하면 450µm정도.
ReLEx SMILE의 전체 수술 과정.
ReLEx SMILE은 수술 과정에서 각막 내부에 기포가 생기기 때문에 수술 직후 한 시간 정도는 물체의 대략적인 형태만 보인다. 수술 직후 세극등(slit lamp)으로 수술 상태를 확인하는데, 다른 사람의 부축이 없으면 한 걸음 딛기조차 힘들었다.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려는데 바로 앞 노선도나 전광판조차도 잘 안 보였다. 수술 과정에서 생기는 각막 내부의 기포가 빠지려면 대략 한 시간이 걸리는데, 공기층이 완전히 빠지기 전에는 물체의 대략적인 형태 외에는 분간이 어렵다. 시간을 넉넉히 잡고 수술 후 아예 병원에서 한시간정도 쉬거나, 아니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귀가하는 게 좋을 것 같다. 30분정도 지나니 서서히 앞이 어느 정도 보이기 시작했고 폰도 큰 글씨로 쓸 수 있었다. 마취가 풀리며 눈이 시린 느낌이 들기 시작해 수술 후 1시간 정도까지 있었고(양파 썰 때처럼 시림) 그 뒤 수술 후 한시간 반 정도까지는 눈이 엄청 부셔서 완전 어두운 실내가 아닌 이상 눈을 제대로 뜨고 다니기 힘들었다. (근데 난 이 와중에 선글라스를 끼고 바이크 탐…) 일주일정도는 밝은 빛을 볼 때 동심원 모양의 빛번짐이 약간 있었고, 그 뒤부터는 그냥 잘 보인다.
수술 이후 1개월동안 항생제인 목시플록사신(Moxifloxacin hydrochloride) 0.5% 점안액과 스테로이드계 소염제인 플루오로메톨론(Fluorometholone) 0.1% 점안액을 점안했다. 인공눈물(sodium hyaluronate 0.1% 점안액)은 10일정도는 열심히 넣었는데 딱히 안구건조가 없기도 했고 귀찮아서 이후로는 안 넣었다.
라섹이라고 주로 불리는 PRK, LASIK과 스마일라식이라고 주로 불리는 ReLEx SMILE의 수술 과정을 비교하여 나타낸 그림. 참고로 그림에 그려진 LASIK은 칼(microkeratome)을 이용해 각막 절편을 만드는 전통적인 LASIK이 아닌 펨토세컨드 레이저를 이용하는 라식이다.
시력교정술 후 각막의 신경이 완전히 재생되고, 각막간질세포(keratocyte)에 의해 각막 조직이 다시 유착되는 데에 SMILE/PRK는 6개월정도, LASIK은 1년정도가 걸린다는 보고가 있다.[1] 그런데 대략 수술 후 1개월째부터는 체감하는 변화는 느끼기 힘든 것 같다. 수술 후 1개월정도가 지난 뒤 나안시력은 양쪽 다 1.2-1.5정도가 나온다. 다만 15년차 안경잡이였던지라(2004년부터 씀…) 아직도 종종 안경을 벗은 채 무의식중에 안경을 올리려 할 때가 있다.
Carl Zeiss Meditec AG의 VisuMax 펨토세컨드 레이저 장비.
ReLEx SMILE은 칼 자이스 메디텍(Carl Zeiss Meditec AG)의 특허[2] 기술이자 등록상표로, 동사의 펨토세컨드 레이저 장비인 VisuMax에 존재하는 수술 모드 중 하나이다. ReLEx는 ReLEx SMILE 수술을 위한 VisuMax의 소프트웨어 이름이고, SMILE은 이 소프트웨어를 이용한 수술의 이름이다. (VisuMax는 이외에 라식을 위한 플랩 생성, 각막 내 링(ICR) 삽입, 각막이식 기능도 지원한다) ReLEx SMILE 수술을 위한 구체적인 각막 절삭 방법(lenticule side cut 등)과 곡면을 계산하는 방법 등은 모조리 특허로 묶여 있다. 때문에 2019년 현재는 오직 VisuMax 장비로만 수술이 가능하다 보니 수술당 지불하는 로열티가 비싸고 자연스레 수술 비용도 비싸다.
기존에 많이 쓰이던 LASIK이나 PRK(참고로 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한국은 외국에서 PRK라 부르는 수술을 라섹이라고 부르고 정작 LASEK은 거의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수술은 각막의 실질을 노출시키고 UVC 파장인 193nm ArF 엑시머 레이저를 조사해서 각막의 콜라겐을 분해시켜 기체로 날려버린다. 이를 laser ablation이라 한다. 물론 UVA나 UVB같은 자외선과 다르게 UVC는 각막의 콜라겐에 의해 매우 효과적으로 흡수되므로 각막 이외에 수정체나 망막 등 조직에는 전혀 손상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펨토세컨드 레이저는 1040nm 전후 파장의 적외선 레이저이기 때문에 콜라겐을 직접적으로 분해시키지는 못한다. 대신 펨토세컨드 레이저가 각막에 흡수되면 그 부분이 순간적으로 가열되어 조직의 절삭면이 만들어지며, ReLEx SMILE은 렌즈의 모양(lenticule)으로 절삭면을 만든 뒤 주걱과 같은 전용의 기구(spatula)로 떼어내고, 포셉으로 집어 꺼내어 시력을 교정한다.
LASIK와 ReLEx SMILE에서 제거하는 조직의 부분을 나타낸 그림. ReLEx SMILE은 LASIK에 비해 각막 표면 감각신경(녹색)의 손상이 덜하다. 그림에서 신경과 렌티큘의 깊이는 과장되어 있다.
PRK와 LASIK, ReLEx SMILE의 수술 방식을 비교하여 나타낸 그림.
각 방식은 조금씩 장단점이 있다. 우선 엑시머 레이저는 각막을 순간적으로 가열하여 날리기 때문에 수술 과정에서 각막이 예상할 수 있는 만큼만 적절히 절삭되도록 일정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각막의 수분 함량이 일정하지 못하거나 수술 중 주변 온도 등 환경이 일정하게 유지되지 못하면 ‘Central island’라 불리는, 각막 중심부가 주변보다 덜 절삭되는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최근의 장비는 레이저의 펄스 속도(pulse repetition rate)도 빨라지고 주변 공기 조성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장치가 내장되어 이런 현상은 보기 드물다, 하지만 ReLEx SMILE은 처음부터 펨토세컨드 레이저의 위치 제어를 통해 정확한 위치에 렌티큘을 만들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다만 펨토세컨드 레이저로 절삭면을 만드는 특성상 필연적으로 레이저가 조사되는 부분에는 미세하게 파인 흔적이 생기게 된다.[3] 이를 위해 펨토세컨드 레이저 장비는 점점 레이저 펄스 각각의 에너지 출력을 줄이고 대신 펄스 속도를 늘리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추세에 있다.
현재 ReLEx SMILE은 독점 기술을 가진 칼 자이스의 횡포로(?) 가격은 비싼 주제에 타사에서 지원하는 각종 고급 기능들(고위수차 교정 등)을 지원하지 않고 석션으로 안구를 고정하는 등 몇 가지 단점들이 있다. 때문에 개인에 따라 다른 수술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겠다. 참고로 한국은 전 세계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시력교정술의 질이 좋으면서 가격은 아주 저렴한 편이니 수술의 종류에 관계없이 대체로 매우 안정된 결과를 낸다. 전 세계에서 이루어진 모든 ReLEx SMILE 수술 중 20%정도가 한국에서 이루어졌을 정도다(…)
한편, 라식/라섹용 엑시머 레이저 장비 아마리스 시리즈로 유명한 슈빈트(Schwind) 사에서 2020년 초 시장 진입을 목표로 비슷한 lenticule extraction용 펨토세컨드 레이저 장비인 슈빈트 아토스(Schwind ATOS)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최근에 나왔다.[4] 때문에 조만간 시장에 경쟁 기술이 생기면서 한 차례 가격이 크게 내릴 수도 있을 듯하다. 이 쪽은 스마일과 달리 스마트사이트(SmartSight)라는 이름으로 마케팅을 할 모양이다.[5] (본질적으로는 ReLEx SMILE과 동일한 수술임.)
한편 현재 가장 빠른 펄스 속도(>5MHz. 참고로 VisuMax는 500kHz이다)와 가장 낮은 펄스 에너지로 가장 깔끔한 절단면을 자랑하는 펨토세컨드 장비[6]인 FEMTO LDV Z 시리즈를 개발한 Ziemer사에서는 정작 아직 Lenticule extraction 장비 개발 소식이 없는 점이 다소 아쉽다. 다만 FEMTO LDV 장비 자체가 그저 레이저 속도만 빠를 뿐 다른 부분에서는 contact glass가 평면이고 결막을 고정하는 방식인 등 기술적으로 타사 장비에 비해 크게 우월하지 않기는 하다. VisuMax도 이미 IntraLase FS같은 펨토세컨드 레이저에 비해 충분히 우수하기 때문에 굳이 고칠 생각이 없나도 싶다.[7]
참고문헌:
[0] Guo, Hui, Seyed M. Hosseini-Moghaddam, and William Hodge. “Corneal biomechanical properties after SMILE versus FLEX, LASIK, LASEK, or PRK: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BMC ophthalmology 19.1 (2019): 167.
[1] Ganesh, Sri, Sheetal Brar, and Utsav Patel. “Comparison of ReLEx SMILE and PRK in terms of visual and refractive outcomes for the correction of low myopia.” International ophthalmology 38.3 (2018): 1147-1154.
[2] Bischoff, Mark, and Gregor Stobrawa. “Method for eye surgery.” U.S. Patent Application No. 14/027,272.
[3] Riau, Andri K., et al. “Nanoscale Helium Ion Microscopic Analysis of Collagen Fibrillar Changes Following Femtosecond Laser Dissection of Human Cornea.” Journal of Biomedical Nanotechnology, vol. 10, no. 8, Aug. 2014, pp. 1552–62. PubMed, doi:10.1166/jbn.2014.1836.
[4] “SCHWIND ATOS® – the Evolution of Possibilities.”, SCHWIND Eye-Tech-Solutions, 2019, https://www.eye-tech-solutions.com/en/products/laser-systems/schwind-atos
[5] “SmartSight – Minimally Invasive Lenticule Extraction: SCHWIND.”, SCHWIND Eye-Tech-Solutions, 2019, https://www.eye-tech-solutions.com/en/products/technologies/smartsight
[6] Lubatschowski, Holger. “Overview of Commercially Available Femtosecond Lasers in Refractive Surgery.” Journal of Refractive Surgery (Thorofare, N.J.: 1995), vol. 24, no. 1, 2008, pp. S102-107. PubMed, doi:10.3928/1081597X-20080101-18.
[7] “Comparing Femtosecond Lasers.” , Jay S. Pepose and Holger Lubatschowski, CRSToday, 2008, https://crstoday.com/articles/2008-oct/crst1008_06-php/. Accessed 20 Nov. 2019.
“저는 특정 안과의 관계자가 아니며 관련 전공자도 아니므로 글에는 틀린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내용은 참고용으로만 사용하시고 피드백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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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8 at 16:26의대생도 아니시고.. 관련업계 종사자도 아니시면 어떤일을 하시길래 수술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계신가요??
hletrd • Post Author •
2020-02-19 at 01:24조금 검색하면 다 나오긴 하죠…
익명
2021-10-07 at 01:25동공 크기가 안 나와 있지만 스마일 하기 나쁘지 않은 조건이셨네요 ㅎ
수술 잘 되신 것 같아 다행입니다
hletrd • Post Author •
2021-10-10 at 19:26야간 동공이 다소 크긴 했는데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ㅎㅎ
익명
2022-06-20 at 19:09안녕하세요! 블로그 글 마지막에 올리신 아토스 장비가 현재 2022년에 일부 병원에서 운용되고 있다는데요
현재 스마일 라식과 스마트라식(아토스 장비) 중 고민중인데 홍보 문구로는 스마트 라식 장비가 더 좋아보이는데 맞나요?